치아디자인에 관해 II

몰입의 매력, 디자인의 힘

하루에치과(구 다빈치치과 www.harue.com 대표원장 이한나)


 

[지난 I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필자 주] 이번 글은 많은 부분을 인용하거나 그대로 일부를 옮겨 적었습니다. 중간 중간, 여백의 마디에 저의 생각을 잠깐 담았습니다. 비록 치의학에 관한 책들은 아니지만 제가 표현하고 싶은 치아디자인그리고 치료계획에 대해 참 잘 설명하고 있다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스티브잡스’, 그리고 르 코르비제“SIMPLE”

 

스티브잡스가 아이패드를 발표하며 앉은 소파를 보았다. 그는 프리젠테이션의 매 순간 하나하나를 초단위로 계산하는 전략가라 한다. 심지어 물 마시는 시간까지, 청중에게 침묵을 던지는 순간까지도 계획한다 하니 그 철두철미함에 혀를 내두른다. 그 의자는 스위스 출신 아티스트 르 코르비제의 작품이었다. 매우 절제된 단순함으로 의자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르 코르비제는 창의적인 사람은 수도자다.”라는 말을 남긴 금욕적 인물인데, 오로지 자연만이 진실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건축가이자 근대 화가로 알려져 있다.

 

스티브잡스는 내가 암으로 죽음을 직면했던 경험은 이후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되었다. 왜냐면 죽음 앞에선 모든 것들, 실패의 두려움이나 부담감과 같은 건들이 의미가 없어지고, 진실로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르 코르비제 소파

본질적인 것을 직시하고,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배제하는 절제의 미학. 스티브잡스의 죽음 앞에 놓여져 있던 진실로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와도 연관성이 있었던 것일까. 집 거실에 놓인 유일한 가구가 조지 나카시마의 의자 하나인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하는데, 치아디자인과 절제는 어떤 점에서 상통하고 어떤 점에서 떨어져 있는 걸까에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잡스의 친구인 유명한 IT기업 Oracle의 대표 래리 앨리슨잡스는 엔지니어의 마인드와 아티스트의 감성을 겸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절제와 금욕의 철학이 미니멀리즘이라는 예술적 감성이라면 엔지니어의 마인드는 제품의 실용성으로 축약된다.”는 그의 말을 전했다.

 

예술가의 절제와 금욕적 미니멀리즘. 엔지니어의 실용적 제품 디자인. 그렇다면 치과의사는 근본적 치료와 스마일의 디자인을 어떻게 치료로서 융합시켜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고민해 본다.

 

먹다 생각하고, 생각하다 먹다 보니 김치 하나 꺼내 놓고 퉁퉁 부어 오른 라면만이 남았다. 아무리 고민한다 해도 현명한 답을 얻을 길 없다. 그저 아프지 않고 건강히 잘 씹을 수 있도록 치료만 해 주면 그만이련만, 나는 아주 오랜 전부터 치료는 기본이고 더 아름답게 하자라는 맹목적 주의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찰스 임스가 1945년 첫 디자인한 셸(Shell) 의자를 만든 허먼 밀러(Herman Miller) 사의 철학은 '정말 좋은 신발이란 그것을 신었을 때 신었다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여야 한다'라는 말로 요약되었다. 허먼밀러의 CEO인 브라이언 워커(Brian Walker) 회장은 에어론 의자를 디자인한 빌 스텀프의 이 말이야말로 허먼밀러가 의자를 통해서 무엇을 구현하려는지를 정확히 말해준다고 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의자에 앉을 때 너무 편해서 앉아 있다는 것조차 잊을 만한 의자를 만들고자 합니다."

 

춤꾼 박은하

춤꾼 박은하박자 다음에 음이 있는 게지, 음계가 없어 더 무한한 표현이 가능한 거야. 강하게 약하게, 길게 빼고 짧게 끊고호흡을 가지고 노는 거지. 그 속에 희로애락을, 생을 담는 거야.” 라고 말한다. 그녀는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악은 어떻게 숙성하느냐에 따라 맛깔스럽게 변하는 무, 소금, 물로 소박하게 만드는 동치미와 같다라고 표현하였다.

 

도대체 어떤 경지에 올라야 이렇게 단순하고 생활적인 내용으로도 예술의 절정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인가 궁금해졌다. 환자의 치아를 치료한 개수로 치자면 족히 5만개는 될 것 같은데, 내 입에서 나오는 표현은 복잡하기만 하다. 아마도 “Teaching smart people how to learn”이라는 아티클에서 지적한 조금 배웠다는 사람들의 무식함, “double loop learning(원칙까지 흔드는 개선의 생각조차 없는 거만함, 스스로를 “Reasoning(올바르게 추론하는 것)”하지 않는 못난 자세가 내게도 그대로 베어 있는 듯 했다.  

 

음계가 없어 무한한 표현.

, 소금, 물만으로도 시원하게 만드는 동치미.

 

내가 치료하는 많은 환자들의 소중한 입 속 치아를 어떻게 디자인해야만 이렇게 감동스러운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 한 명의 환자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나는 그날 괴롭고 힘들어 잠을 이루기 어렵다. 남편은 제발 좀 마음을 편히 가지라 하지만 아직 나는 그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 치과의사로서 15, 30. 얼마나 시술을 더 하게 되면 그러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 타고난 천재들이 마냥 부러울 뿐이다.

 

존경하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그러나 나의 롤모델은 너무나 많아서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피아노의 전설이 된 예프게니 키신, 지독한 연습벌레라 불린 김연아, ‘슈투트가르트의 강철나비라 불리는 발레리나 강수진, 운동과 예능을 넘나들며 정상에 서는 강호동, 나에게 임플란트란 무엇인가를 지도하셨던 최용창 선생님. 끊임없는 창의적 사고로 자극을 주는 남편까지 나에게 존경의 대상은 그들이다.


천재로 불린 레오나르도 하루에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고군분투 대신 나태와 오만함에 몸을 맡겨 버리는 천재들이 넘쳐난다. 그들은 한때 면도날이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번쩍임과 예리함을 잃어버린 채 아무 의미도 소용도 없는 쇠붙이로만 살아가야 하리라.”

P&G
의 디자인을 한 A.G 래플리는실험실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지만 실제 소비자들로부터는 냉대 받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확률을 없애는 방법은 경험에 계속 주목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혁신 과정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

지난 수많은 시간 동안 수만 여회의 환자시술을 통한 치아 디자인을 통해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치료를 해야 가장 최적의 치아 디자인, 스마일 디자인을 도출해 낼 수 있는지 경험을 얻어왔다. 나는 오늘도 치료를 연습하고, 퇴근 후 다시 공부를 한다. 다시 태양이 뜨면 치료를 하고, 또 연습을 하고, 다시 공부를 한다. 내가 존경하는 많은 선배 들이 그러했듯 나는연습의 힘을 믿는다.

 

도전과 흔적

음악인들의 대부분은 최첨단 디자이너들과 함께 그들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했고, 기억에 남을 만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했다. 타미 힐피거가 힙합 대중과 맺는 유대관계는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 되었지만, 마돈나의 무대 의상과 속옷들이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장 폴 고티에나 영국의 디자이너존 갈리아노의 작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롤링 스톤스가 패션 디자이너스티브 맥퀸, 데이빗 보위가비비안 웨스트우드를 고용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

나의 치료를 거쳐간 수많은 환자들의 예쁘고 멋진 환한 웃음 속에 보이는 가지런한 치아들이 내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즐겁다. 나 자신의 즐거움으로 나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네 명의 위대한 미국 디자이너들”. 미국의 국가 이익에 기여했던 위대한 디자이너들을 존경의 문구로 지칭하는 광고 문구이다. 나는 늘 생각한다. 과연 치과의사인 내가 이러한 엄청난 평가에 속할 수 있을까?  네 명의 위대한 한국 치과의사들”. 그 상상만으로도 두렵고 거대한 벽으로 둘러 쌓여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디자인의 영역에 한 축이고 싶은 욕심을 어찌 감출 수 있으랴.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그런 초심의 마음으로 지속하다 보면 그런 날이 올 것이라 믿음을 갖는다.
Posted by 스마일닥터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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